작성일 : 07-04-17 22:17
"행복한 장애인 아름다운 대한민국"
 글쓴이 : 류용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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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현장에서 “오늘 행사의 모토는 ‘행복한 장애인, 아름다운 대한민국’이지만 현실의 장애인들은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서 대통령이 들으셔야 합니다. 행복한 장애인,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서명 전에 다짐해 주십시오!”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서명식 도중 기습시위가 벌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장차법에 서명하기 직전 갑자기 휠체어를 탄 장애인 두 명이 옷 속에서 프랭카드를 들고 대통령 앞에 나섰던 것. 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공동 대표 자격으로 초대된 박경석, 박김영희 대표였다. 이들의 외침에 노 대통령은 “예, 잘 알았습니다.”라면서도 “중단하지 않으면 밖으로 모시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결국 이들의 기습시위는 대통령 경호원들의 제지로 2분여 만에 끝났고, 기습시위를 벌인 두 사람은 행사장 밖으로 쫓겨났다. 이들이 행사장 밖으로 나가자 노 대통령은 곧바로 서명에 함께하기 위해 행사장 앞으로 나섰던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과 악수를 나눴고,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복지부와 노동부가 참여정부 4년간의 장애 정책 성과와 계획을 발표하고 유시민 장관의 사회로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행사가 모두 끝나도록 아무도 기습시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장애인들이 7년여의 투쟁 끝에 제정한 장차법이 대통령의 서명으로 공포되는 이날, 그동안 장차법 제정에 누구보다 애써온 이들이 이런 기습시위를 벌인 이유가 뭘까. 이들이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었던 장애인의 현실은 과연 무엇일까. 보고된 내용과는 다른 현실 “장차법의 제정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장차법이 제정됐다고 장애인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행사에서는 마치 장애인의 문제가 해결돼 가는 것처럼 정부 관계자들이 보고했지만 장애인의 현실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걸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행사가 끝나고 청와대를 나온 한 장애인 활동가는 “행사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기습시위를 벌인 두 사람이 들고 있던 프랭카드에는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장하라', '시설비리척결! 사회복지사업법 개정하라', ‘활동보조인서비스를 권리로 보장하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장애인들이 현재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으로 꼽고 있는 과제들이다. 장차법 서명식이 있던 날에도 장애운동 현장에서는 장애인 교육권 확보를 위해 장애아동 부모들이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정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 7층 인권센터를 점거한 채 열흘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고, 서울역에서는 시설에 갇힌 채 인간의 기본적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하라며 천막농성으로 밤을 지샜다. 그리고 4월 2일부터 복지부가 시행한 활동보조서비스는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시행한데다 장애인 당사자들과 약속을 무시하고 다른 내용의 제도를 내놓아 같은 날 1시에는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그러나 행사장 안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전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수요자 관점’이라며 진행한 각 부처의 업무보고에는 부처의 입장에 따라 ‘성과’와 ‘과제’로 나뉘어 걸러진 이야기들만 담겨있었다. 대통령,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라” 당부 그러나 자신은 “예, 잘 알았습니다.”로 외면해 노 대통령은 기습시위자들의 외침에 “예, 잘 알았습니다!”라고 답했지만, 과연 대통령이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전체 장애인의 45.2%가 초졸 학력이라는 통계치가 아니라 이러한 교육차별로 인해 생애 전반에서 겪는 장애인의 고달픔에 대해, 그리고 228개 생활시설에서 20,598명의 장애인들이 살고 있다는 보고된 숫자가 아니라 시설에 갇혀 밖에는 나가보지도 못하고 통제된 삶을 살거나 심지어는 맞아 죽고, 얼어 죽고, 강제 약물투여나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살아가기도 한다는 사실을 대통령이 과연 알고 있었을까. 이러한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초대받은 행사장에서 쫓겨나면서까지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외쳐야 했던 기습시위자들의 절박함에 대해 대통령은 과연 얼마나 공감하고 있었을까. 행사 중 노 대통령은 각 부처 장관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결국 자신을 위해 준비되고 잘 짜여진 현실만을 듣고, 진정한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했다. 촬영: 조은영 기자 / 영상편집: 권호창 (영상 인권활동가)